[다시 뵙고 싶었습니다]
“귀농? 님과 함께 그림같이 사는 로망”
-전북 장수 ‘좋은 마을’ 공동체, 이남곡·서혜란선생님 부부를 뵙고-
귀농학교 24기는 졸업여행으로 5월 30일~31일 1박 2일동안 귀농학교에서 직접 강의를 하셨던 정읍 정현숙선생님 댁과 장수 이남곡선생님 댁을 차례로 다녀왔다. 졸업여행 둘째 날 화창한 햇살을 받으며 방문한 좋은마을에서 다시 이남곡선생님 부부를 뵜다. 특히, ‘꽃밭주인공’ 사모님 서혜란선생님은 환한 모습으로 우리들을 맞이해주셨다. 좋은마을 명칭답게 좋은 분들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나눴던 이야기를 여기 싣는다. (편집자주)
이남곡선생님(이하 南谷): 이곳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서 보니 또 반갑네요. 수업시간에 대략 이 마을에 대해 소개드린 것 같습니다. 직접 와서 보시고 생각 드시는 것이나 제 아내와 불교귀농학교 동문이시기도 한 마을 분들에게 궁금한 게 있으면 자연스럽게 서로 이야기 나누면 좋겠습니다.
천기원(인드라망 간사): 요즘도 연찬 하시나요?
전에는 1주일에 한 번 논어를 주로 강독했어요. 여러 가지 내용으로 3년정도 연찬을 했어요. 요즘은 농번기에 바쁘고 피곤하기도 해서 당분간 쉬고 있습니다.
황이숙(이하 황이): 사모님은 (지금 생활이) 좋으세요? (꽃만 봐도 즐거우시죠?) (웃음)
서혜란(이남곡선생님 부인): 귀농을 선택할 때 자신이 즐겁지 않으면 안 되겠죠. 저희가 선택한 때는 50대부터였어요. 살아가는 여정이 모두 자신의 선택이잖아요. 처음에는 운동 쪽으로 선택해서 살다 남편이 먼저 야마기시 공동체를 먼저 권하셨죠. 그때 제 나이는 43세, 남편은 50세였어요. 그때는 “나이가 있으니, 마지막 선택이다”고 다짐하며 선택했습니다. 야마기시공동체에서 8년 살고, 다시 선택했죠. 제가 51세, 남편이 58세였을 때입니다. 그때는, “마지막 선택이란 말은 하지 말자. 10년 살아 보고 기운나면 또 무슨 말 할지 모른다?(웃음)”라고 말했습니다. 모든 선택마다 우리에겐 최선의 선택이 있습니다. 어느 선택은 마음에 안 들 수 있겠죠. 그러나 귀농해서 육체적으로 힘든 점과 다른 즐거운 마음이 있습니다.
황이: 어제 정현숙 선생님댁에서 마늘 뽑으러 갔는데 힘든데도 너무 즐거웠어요. 저는 귀농하면 일하는 남편에게 막걸리 갖다 주고 노래 한 자락 불러주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제 마늘 뽑아보니 재미있더라구요. (웃음)
박인배: 저는 횡성에서 터를 닦고 있는데요. 마을 분들과 친해지려고 일 있을 때마 다 2시간, 어떤 때는 5시간동안 그분들을 거들어 들입니다. 솔직히, 2시간 김을 매니까 허리가 아픕니다. 실제 농사는 어제처럼 쉬운 게 아닙디다.
南谷: 지난 번 수업에서도 두 분이(황이숙, 조성철부부) 인상이 남았어요. 귀농하실거죠? (네.) 지금 말씀처럼, 귀농하셔도 그 기분이 변하지 않고 일하는 게 즐거웠으면 좋겠네요. 사실 농사일이 만만치 않아요. 1시간 일해도 그 기분으로 일하려면, 남편께서 상당히 일하셔야겠습니다. (좌중 웃음)
南谷: 두 분이 사랑만 하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옛날에는 이 노래 들으면 닭살 돋았거든요. ‘저 푸른 초원 위에(좌중 웃음),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님과 함께>라는 노래. 진짜, <님과 함께>가 전부입니다. 아무리 시설 좋고 돈 많이 들여도, 사이 안 좋으면 진짜 지옥이에요. 제가 지난 수업에서 말했다시피, 결혼 안한 분들은 <님과 함께> 로망을 갖고 귀농하세요.
남창우(24기 이장): 저는 귀농학교 현장탐방으로 실상사로 2박3일 갔다 와서 ‘아, 귀농 못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오늘 두 곳을 보니 ‘귀농, 생각해볼까?’하고 마음이 조금 기울었습니다.
황인철(이하 황): 선생님께서는 그 로망을 어떻게 성취하셨고,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입니까?
南谷: 사실은 노력을 많이 해야 합니다. 젊었을 때는 사랑이 18개월간 지속된다고 합니다. 다음은 부부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서로에게 스파링파트너(sparring partner)되기를 공동의로망으로 삼으세요. 지난 수업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더 큰 로망, 성인의 로망을 가져보세요. 부부가 티격태격하면서 살아도, 서로가 로망을 뚜렷이 가지면 오래가겠더라구요. 부부를 오래 함께 살게 하는 요소는 연민이랄까, 정 때문인 것 같습니다. 상대가 평소 안 좋게 보이더라도 나중에는 가엾게 보여요. 이처럼 정이 오래가게 합니다. 이왕이면, 부부가 성인의 로망을 함께 갖는게 좋겠지요. 답이 좀 허망한가요. (웃음)
황: 제 자신을 돌아볼 때, 농사일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선생님께서는 누구나 농사일에 뛰어들어 열심히 하면 모두 해낼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아니면 적성에 따라 다르다고 보시는지요?
南谷: 노력해서 될 부분이 있고, 신체적 조건, 체력에 따라 다른 부분이 있어요.
다만, 유념해야 할 점은, 귀농해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지 마세요. ‘이것도 못하나’는 부담을 스스로 떠안지 마세요. 자기가 감당할 만큼만 하세요.
농촌에서 정착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입니다. 농촌학교에 와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는 꿈을 가지는 분들도 계시기를 저는 바랍니다. 이 동네에 초등학교는 9명, 중학교는 21명입니다. 꿈에 그리던 학급이죠. 대안학교도 좋지만, 이런 시골에 와서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것도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 쪽으로 귀농하시기 바랍니다.
南谷: 자, 여기까지 왔으니 일손 도우실 분들은 일하시고, 산책하실 분들은 하세요. 이만, 이 자리는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