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30 01:30

오늘 새벽 5시 15분 갑자기 눈이 뜨여, 티브를 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인을 봤다. 서울로 출발하는 운구차량을 보면서, 다시 잠이 들었다.
오전 10시까지 덕수궁 대한문으로 가야 하는데, 이런저런 꿈을 꾸면서 몸이 일으켜지지 않았다.무거운 몸을 겨우 가누니 벌써 10시가 됐다. 오는 사람들때문에 걱정이 돼 민섭씨에게 먼저 연락을 했다. 독서모임 aphex씨를 챙겨달라고. 민섭씨에게 초록사람들을 부탁하고나니, 그제서야 노제까지는 서울광장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싶어, 아침에 끓인 미역국에 밥을 먹었다.약간 정신이 멍한 상태로 환승을 하려고 서울역에서 내리는데 마침 신보애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시청, 광화문역 출구가 통제된 곳이 많으니 통제하지 않는 출구를 알려주시면서 어느 음식점으로 오라고 하셨다.
북적거리는 지하철을 지나 시청역 4번 출구로 나가니, 노란리본줄과 이런저런 정치유인물과 한쪽 무대에서 들리는 구슬픈 노래가 함께 들린다. 나비언니랑 신보애님을 만나 발디딜 틈 없는 서울광장으로 향했다. 본무대쪽으로는 아예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꽉 들어찼고, 광장 가장자리 둘레에 사람들은 서서 경복궁에서 열린 영결식을 끝내고 광장쪽으로 오는 운구차량을 보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들도 방송차량 뒤편에 서서 뜨거운 땡볕과 차량에서 뿜어져나오는 매연가스를 그대로 맡으며 노제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운구차량이 광장입구 가까운 도로변으로 들어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혼을 추모하는 굿과 퍼포먼스가 침묵가운데 이어졌다. 그의 유서가 낭독될 때는,그가 "슬퍼하지 말라"며 국민들에게 나직이 말하는 듯 은빛조각들이 창공에서 광장에 모인 사람들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생전에 좋아했다는 노래 '상록수'를 광장에 모인 추모국민들이 일제히 입을 맞춰 부를때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광야에서', '사랑으로'...노래를 부르는 추모객들사이에는 흐느낌이 흘러나왔다. 나도 노래가사를 이어갈 수가 없었다.
추모곡이 끝나자, 수원화장장으로 떠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어 수천개의 만장과 추모객들이 뒤따랐다. 누군가가 시작한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객들은 연호했다. 전직 대통령이란 단어가 빠졌다. 추모객들의 마음에는 지금 현재의 대통령으로 자리하고 있는가. 덕수궁돌담길에 붙어 있던 "내게 대통령은 당신 한 분입니다"란 글귀가 떠올랐다. 영원한 대통령이란 이름으로 그를 보내드리려는 사람들의 마음...
운구차량이 대열 옆을 지나갈 때. 어떤 사람들은 "아버지,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역대합실 입구에서 후배나희랑 민섭, 민섭씨 후배 임수경님, 실천단까페 사랑님, 동소심, 신보애님, 나비님을 한꺼번에 만나 찻집에서 잠시 쉬었다. 내일 아침 일찍 일정이 있어 추모행사는 대신 나는 집으로 향했다. 버스 안 라디오에서 구슬픈 노래가 흘러나왔다. "time to say good-bye~" 눈물이 글썽거리면서 과천청사를 멍하니 바라보면서 집부근에 이르러 저녁을 먹고 들어가려고 식당에 들어갔다. 수원화장장에 도착한 모습이 나왔다. 그 방송을 지켜보면서 밥을 한 시간 가까이 먹었다. 허탈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잠에 빠져들었다. 세 시간을 자고 일어났더니, 저녁에 먹은 밥으로 탈이 났다.

일기라도 적지 않으면 더 힘들 것 같아 이렇게 주절이 적는다.

난 노무현 전대통렬에 대해  특별한 감정이 없었다. 대선때, 캐나다로 유학간 선배로부터 메일을 받고 현실적인 선택으로 그를 찍었다. 물론 탄핵때는 초유의 사태에 어이가 없어 광화문에 나간 적이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죽고나니 그가 왠지 그리워진다, 언제나 봉하마을에 가면 만날 수 있는 분을 잃어버려 허전하다. 
'평범한 사람들은 어떻게 살라고...'그의 죽음이 원망스럽다 
'순수한 열정의 당신에게 저는 무심했습니다...'
'바보같은 대통령님, 국민들의 허탈과 상실감은 어쩌라고 이렇게 가십니까.'
당신의 죽음으로 분열과 대립정치는 이제 끝났으면 좋겠다.
죽음으로 증거하는 이런 정치는 이제 영영 사라졌으면 좋겠다.
...
철거민, 택배노동자, 대통령 죽음으로 얼룩진 2009년 봄은 하염없이 처연하다...

 

Posted by baubo